[여의도풍향계] 정쟁으로 얼룩진 상임위…민생 '실종' 우려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국회가 상임위원회별로 '2021 회계연도' 예산 결산 심사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정기 국회가 예정된 다음 달 전까지 결산 심사를 마무리 해야 하지만, 곳곳에서 충돌과 파행만 되풀이 됐는데요.<br /><br />여의도 풍향계에서 최지숙 기자가 살펴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두 달 가까운 공전에 종지부를 찍고, 국회는 어렵사리 다시 본업에 나섰습니다.<br /><br />그런데 정기 국회가 시작하기도 전인 임시 국회 단계에서 민생 현안 논의는 벌써 발목이 잡힌 모양새입니다.<br /><br />국회 상임위원회는 각 분야별로 전문성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 올릴 안건을 심사, 의결하는 조직인데요.<br /><br />지난해 나라 살림을 점검해야 할 각 상임위 결산 심사는 여야의 전쟁터가 돼 버렸습니다.<br /><br />정기국회 전인 이달 말까지 예산 결산 심사를 마무리 해야 하지만, 곳곳에서 강대강 대치만 이어진 것입니다.<br /><br />최근 가장 격돌이 벌어진 상임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.<br /><br />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했던 이른바 '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' 법안을 정부가 시행령으로 뒤집으면서, 이를 둘러싼 야당의 맹공이 쏟아졌습니다.<br /><br /> "가처분 신청하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국회가 삭제한 조문을 시행령으로 복원하고… 입법권 무시 행위라는 점에서 위헌적입니다."<br /><br /> "법조계 대부분은 새로운 중요 범죄가 나오면 시행령에 추가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. '시행령 쿠데타'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…"<br /><br />이른바 '채널A' 사건의 당사자인 한 장관과 민주당 최강욱 의원 간에는 상호 권위를 내세운 민망한 신경전이 오갔고.<br /><br /> "대한민국 입법 기관이 국무위원에게 검찰의 업무에 대해 질문하는데 그런 태도를 보입니까?"<br /><br /> "저도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요. 그렇게 막말하십니까?"<br /><br />민주당 일각에선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 거론한 상태입니다.<br /><br />국정운영 비전과 철학을 놓고 담대한 논의가 오가야 할 운영위 역시,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.<br /><br />대통령 비서실의 첫 국회 업무보고 자리.<br /><br />김은혜 신임 홍보수석을 향해 지방선거 때 불거진 재산축소 의혹 공방이 재연됐습니다.<br /><br /> "지방선거 과정에서 재산 축소 신고 때문에 선관위에서 고발됐잖아요."<br /><br /> "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. 상호 후보 간의 고소·고발을 말씀하시는 것인지…"<br /><br />그러나 이 같은 공방마저 핵심적인 '한 방'은 없었고.<br /><br /> "조만간 홍보수석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하는데 언론 기사 보셨죠? (누가요?) 모르고 임명하셨습니까?"<br /><br /> "모르겠는데요."<br /><br />이후에도 태도 논란만 이어졌습니다.<br /><br />충돌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으니 어찌 보면,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설전을 벌인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.<br /><br />일부 상임위들은 여야가 경쟁하듯 아예 회의에 불참해 파행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.<br /><br />기획재정위에는 야당이 없었고,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는 여당이 없었습니다.<br /><br />지난 24일, 기재위는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반쪽 회의를 진행했습니다.<br /><br />기재위원장인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종부세 특례 법안 두 건을 상정했지만, 의결정족수 미달로 처리는 불발됐습니다.<br /><br />여야 모두 결국 향한 곳은 기자회견장.<br /><br /> "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노골적인 부자 감세 추진을 강력히 규탄합니다. 국회법마저 무시하고 상임위 개최를 강행하는 것입니다."<br /><br /> "부동산 세금 부담 완화를 위한 세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. 종부세법 관련 사안입니다."<br /><br />같은 날, 과방위는 무려 네 번째 파행을 겪었습니다.<br /><br />국민의힘은 '간사 간 협의 없는 회의는 민주당 간담회'라며 불참을 선언했는데요.<br /><br />언뜻 위원회 운영 방식에 따른 갈등처럼 보이지만, 실상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다뤄지는 과방위 제2소위의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힘 겨루기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습니다.<br /><br />이밖에 국토위에선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설립한 기업과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이 빚어지며 조 의원이 국토위 위원직을 사임했고.<br /><br />정무위에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습니다.<br /><br /> "공동 책임을 지고 평산 마을로 가셔서 외로워하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하셔야 하는 것 아니에요?"<br /><br /> "현재 이 정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공적인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 드립니다."<br /><br />이대로라면, 국회 결산 심사는 또 다시 법정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습니다.<br /><br />결국 다음 달 정기 국회에서 결산안과 새해 예산안을 같이 심사해야 하는 상황인데, 정치권에선 오히려 '지난해보다 속도가 빠르다'는 입장입니다.<br /><br />그도 그런 것이 정기 국회 전 결산안이 처리된 것은 2011년뿐이었고, 지난 10년간 법정 시한을 넘겨왔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현행 국회법은 결산 심사의 법정 기한을 '정기회 개회 전'이라고만 규정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이 같은 제도적 빈틈과 정치권의 '책무 불감증'이 합쳐진 결과입니다.<br /><br />까마귀는 암수를 쉽게 구별하기 힘들다 보니, 시비나 선악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을 이에 빗대 '수지오지자웅'(誰知烏之雌雄)이라고 하는데요.<br /><br />지금 여야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그렇습니다.<br /><br />쉼 없는 네탓 공방과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에서, 우열을 가려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.<br /><br />다음 달부터는 본격적인 정기 국회가 시작됩니다.<br /><br />정치권이 이번에는, 민생 현장의 고충을 앞다퉈 해결하는 진정한 의미의 경쟁에 나설 수 있을지 그래도 지켜볼 일입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#상임위 #결산 #민생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